[기사출처 - 여성신문]
국가를 위해 바치는 목숨은 가치 기준 달라
유가족과 함께 돌보는 사회 분위기 필요한 때
올해는 광복 70주년, 경찰 창립 70주년, 6·25전쟁 발발 65주년이 되는 해다.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고 한류 문화의 중심이 되어 있다. 세계 어디서도 대한민국 국민임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역사적 의미가 중첩된 올해 우리는 다시 묻는다. 전쟁의 상처는 다 아물었는가? 경찰유가족회의 권옥자 회장은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화려함 뒤에 감춰져 있는 치열한 전쟁의 상흔을 전한다.
- 경찰 유가족회는 어떤 단체인가.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자녀들이 모여 있는 경찰청 소속 NGO다. 전쟁 전사자 하면 주로 군인이 대부분이지만, 경찰 전사자도 1만7350명이나 된다. 낙동강까지 후퇴하는 과정에서, 또 잔여 공비 빨치산 소탕작전 때에 희생당한 분들이다. 2009년 대한민국경찰유가족회가 발족하고, 2013년 경찰청 소속 NGO가 되었다. 창경 이후 전사 순직경찰관 현황은 6·25 전사자 1만7350명, 전쟁 이후 순직자 4만4343명으로 약 6만1693명(2014.6.6. 경찰청 통계)이 회원이다.”
-경찰 전사자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적었던 게 사실이다. 보상은 잘 이뤄졌나.
“우리나라의 보훈정책은 군인 중심이고, 군·경이 합쳐져 있지만 경찰 희생자는 보훈의 사각지대에 있는 듯 소외된 기분이다.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부친들의 명예 회복과 공로에 부합하는 보훈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1개급 추서(특진)와 퇴직금이 처리돼야 한다. 돌아가실 당시 순경이나 경사였던 전사자분들이 60년이 넘도록 살아 있을 때의 직급이 대부분 국립묘지에 그대로 있다. 분명 1계급 특진이 돼야 하고, 그에 따라 묘비도 신속히 교체되었으면 좋겠다. 또 국가공무원이었던 전사자에 대한 퇴직금도 지급돼야 합니다. 전쟁 당시에는 온 나라가 못살고 힘든 상황에서 보상은 희망 사항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가 전사자들을 돌아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회원 간 유대감은 어떤가.
“우리 단체는 ‘아버지 피 흘림의 공동체’이다. 모든 회원이 서너 살이나 여섯 살 꼬마일 때 아버지가 전사하셨다. 형제자매도 거의 없고, 외동인 경우가 대부분이니 아버지 피 흘림으로 맺어진 공동체라 부를 수밖에. 전쟁 때 아가들이 이제 60,70 노인들이 되어 아주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보상이 이뤄져야 합당하다.”
-권 회장님 본인 사정은 어떠신지.
“부친은 전북 고창에서 빨치산 소탕 작전 중 전사하셨다. 당시 나이 25세셨고, 나는 6살이었다. 피란 도중 어머니는 남의 집 기와 공장 안에서 동생을 출산하고 그 다음 날 낙동강을 건너야 했다. 산후조리는커녕 갓난아이를 업고 살기 위해 피란을 갔으니…. 그 후유증으로 관절염을 평생 앓다가 돌아가셨다. 24세에 전쟁미망인이 돼 50년 홀로 한 많은 세월을 사시다 가셨다. 전쟁통에 태어난 동생은 건강이 안 좋아 46세에 세상을 떠났고, 나 역시 오랜 세월 힘들게 지내고 있다. 고맙게도 딸이 벨기에에서 국제법률 통·번역사로 있고 한국을 위해서도 민간인 외교관 역할을 하며 잘 살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국가유공자들에 대해 귀하게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가 이뤄져야 한다. 오늘날의 훌륭한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이 계셨다는 것, 또 국가는 목숨 바쳐 지켜야 할 가치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또 그 희생자가 된 가족들이 삶에 대한 염려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책임지고 돌봐줘야 한다. 그래야 누구든지 ‘나라를 위해서는 목숨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다. 앞으로도 경찰의 명예와 긍지를 가지고 유가족회를 위해 봉사하겠다.”
목사 남편을 내조하는 사모이기도 한 권옥자 회장, 개인사와 경찰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인터뷰 내내 ‘큰 빚을 지고 있는’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사무실을 자원봉사로 지키고 있는 분들 역시 서너 살에 부친이 전사하여 고단한 인생길을 걸어온 회원분들이다. 전쟁의 상흔은 경찰 유가족의 고통스런 현실로 관통하고 있었다. 그런대도 여전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나라 걱정으로 대신하고 있는 경찰 유가족들의 모습에 마음 한편이 아렸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경찰 유가족의 고단함을 잘 보듬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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